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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콘텐츠 기업들이 눈여겨 봐야 할 시장 트렌드

체험강좌 몰리는 딸바보·아들바보
접수 1시간 안 돼 꽉차는 곳 즐비
물품 구매, 비회원보다 2배 많아
수요 파악 타깃 강좌 늘리기 한창

“아빠, 아빠∼.”

 일요일이었던 이달 9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 민락동에 위치한 이마트 문화센터 5호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빠를 부르는 소리, 흥을 돋우려는 동요소리가 엉켰다 풀렸다 하면서 시끌벅적했다. 초등학교 진학 전인 아이들과 아빠들이 참가하는 시간인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강의실 벽면을 따라 아빠와 아이가 짝을 이룬 21가족이 자리하자 강사는 준비체조를 이끌었다. 사랑체조라는 이름처럼 아이 머리부터 얼굴·어깨·허리·무릎을 거쳐 발가락까지 아빠가 만져주는 동작을 반복했다. 초반 머쓱해하는 아빠들의 표정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 마련한 ‘알퐁소&에브리데이키즈운동회와 함께하는 아빠랑 신나는 플레이클럽’이었다. 5000원의 참가비를 내고 1시간 동안 전문 놀이강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와 신나게 노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다는 이주원(38·회사원)씨는 “주중엔 회사일 때문에 아이(4)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데 주말이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두 딸(4, 6)과 함께 온 이상민(37·회사원)씨는 “사실 주말에 쉬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육아를 아내에게 전담시키는 것도 미안하다”며 “주말이라도 한두 시간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해 아이들과 스킨십하고 노는 게 좋다”며 웃었다.

 아빠가 돌아왔다.

 주말이면 침대와 소파에 등이나 배를 밀착시키고 주중의 피로 탓에 쓰러져 있던 직장인들이 아이들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고 있다. 아빠들의 변화에는 아빠와 아이들 간의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JTBC ‘유자식상팔자’나 ‘일밤-아빠 어디가’(MBC), ‘해피투게더-슈퍼맨이 돌아왔다’(KBS-2TV) 등이 한몫했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육아를 부부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방향으로 사회구조가 변했고,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몰라 놀아주지 못했던 아빠들이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렌디’ ‘플대디’ ‘스칸디대디’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프렌디는 ‘Friend(친구)’와 ‘Daddy(아빠)’의 합성어로 친구 같은 아빠, 플대디는 ‘Play(놀다)’와 ‘Daddy’를 결합해 놀아주는 아빠를 뜻한다. 스칸디대디(Scandi Daddy)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아빠들처럼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빠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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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아빠들의 심리적 변화를 감지하고 집 밖으로 이들을 이끌어내고 있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대형마트들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겨울학기 때 선진포크와 진행한 ‘아빠랑 군대리아 만들기 쿠킹클래스’가 전 문화센터에서 1순위로 마감됐다. 이달부터 다시 시작된 봄학기 프로그램 ‘알퐁소 플레이클럽’ 또한 이미 자리가 꽉 찼다. 이 프로그램을 개설한 68개점 모두 접수 시작 1시간도 안 돼 마감됐다. 이마트 문화센터 이은지 대리는 “아빠와 함께하는 강좌는 거의 모두 1순위로 마감된다”며 “플레이클럽의 경우 대기자만 점포당 평균 40가족이 넘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역시 아빠 참여 프로그램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올봄 경기도 구리점·부평점 등 7개 점포에 개설된 놀이 중심의 체육운동 프로그램 ‘아빠랑 함께하는 트니트니 운동회’는 인터넷 접수 5분 만에 정원 20명씩이 마감됐다. 이후에도 20명 이상의 대기자가 접수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봄 80개였던 아빠 참여 강좌를 이번 봄에는 170개로 늘렸다. 기존 프로그램이 점토놀이·조립·케이크 만들기 등 실내 활동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체육놀이, 캠핑용품 사용법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활동 위주로 구성됐다. 임정재 롯데마트 문화센터팀장은 “자녀와 함께 수강하는 강좌 중 아빠가 참여하는 강좌의 비중은 2012년 15%에서 2013년 24%로 증가했다”며 “올해는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는 건 단순히 고객 서비스 차원만은 아니다. 이마트 문화센터 회원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쇼핑 횟수가 4.9회로 2회에 그친 비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월평균 구매 액수도 비회원들에 비해 1.92배가량 많은 25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이종훈 마케팅팀장은 “30∼40대 남성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게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임정재 문화센터팀장은 “구매력이 높은 30~40대 남성 고객 수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하는 등 남성 고객의 매장 재방문이 늘면서 매출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문화센터에 등록한 회원의 마트 물품 구매는 비회원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문화센터의 봄 강좌는 이달 8∼9일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8일 롯데마트 검단점(인천시 마전동)에 들어서자 한산한 다른 층과는 달리 2층 문화센터는 시끌시끌했다. 유난히 젊은 아빠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성현 롯데마트 검단점 문화센터 매니저는 “ 오늘 진행되는 27개 강좌 중 아빠와 함께하는 강좌가 10개나 된다”고 알려줬다. 아들(5)과 함께 ‘아빠랑 초콜릿 퐁듀 만들기’ 강좌에 참여한 회사원 오명일(37)씨는 “지난번에 쇼핑하면서 주말에 강좌가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신청했다”며 “집에서 5분 거리밖에 안 되는 마트에서 주말에 이런 강좌가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홈플러스 평생교육스쿨에서는 봄 개강 강좌로 ‘컬러클레이 만들기’가 진행됐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클레이로 각양각색의 모형을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이었다. 강좌에 두 번째 참가한다는 강원호(38·전문직)씨는 “TV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찾다가 지난 겨울학기에 색종이로 만드는 공작교실 강좌를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와 아내가 장을 보는 동안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원경 홈플러스 평생교육스쿨팀장은 “어린 시절 아빠와의 유대감 형성이 올바른 사회성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빠 참여형 강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타깃을 딸을 둔 아빠로 특정하는 강좌들도 생겨날 전망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딸(추사랑)을 키우는 추성훈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되는 등 소위 ‘딸바보’ 아빠가 부각되면서다. 홈플러스는 ‘딸바보 아빠 니치(틈새)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아빠는 우리 딸 헤어디자이너(머리 땋기·머리 묶기·머리띠 연출법 등) ▶컬러클레이로 만드는 아빠표 액세서리(목걸이·팔찌·반지 등) ▶아빠랑 함께 발레레슨 ▶아빠랑 같이 그리는 공주 캐릭터(겨울왕국의 엘사·안나 등) 같은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맞벌이 자녀의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할아버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젊은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 가운데 250만 가구(2012년 통계청 조사)가 육아를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아빠 같은 할아버지, 즉 ‘하찌(할아버지+아빠)’가 테마다. ▶인기만점 하찌표 공작교실 ▶동화책 재미있게 읽어주기 교실 ▶조물조물 하찌랑 쿠킹클래스 ▶하찌랑 머리가 좋아지는 바둑놀이 등이 올여름부터 홈플러스 문화센터에 등장한다.

출처 : 중앙일보 http://joongang.joins.com/article/113/14205113.html?c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