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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Convergence

소비자를 아는 기업이 살아남는다..Apple 성공은 소비자 이해력에 있다


Apple iPhone 출시가 된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4G, 아이패드 등 매체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애플 기사를 다루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플처럼 휴대폰 전문기업이 아닌 회사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 LG를 이렇게 단시간내에 경쟁에서 앞설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 비즈니스 경쟁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경쟁자로부터 주도권을 뺐길수도 있다는 교훈을 보여준 것이다. 반대로 우리기업도  Apple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소비자 트렌드로 유명한 김남도 교수의 칼럼에서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고객을 아는 힘은 결코 단시간내 이루어지지 않고, 경쟁사가 쉽게 따라잡지 못할 뿐더러,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철저한 창조적인 소프트웨어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핵심경쟁력 요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ROI를 단시간에 측정할 수 없어서 꾸준하고 지속된 노력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해서 성질 급한 한국 사람에게 과연 맞는 방법이 될런지 의문이다.... ~ㅣ~

 축구에는 판정승이 없다. 아무리 경기를 압도했더라도 승부와는 상관이 없다.결 국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이긴다.당연한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아쉬워서다. 16강전에서 우리는 아깝게 졌다. 박주영의 프리킥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고, 수아레스의 슛은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불과 몇 ㎝의 차이였겠지만, 결과는 냉엄했다. 한국은 집으로 돌아왔고, 우루과이는 8강에 올랐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는 얼마나 공허한가?
 
지난 세월 월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어이없는 실수로 골을 먹고 골 결정력 부족으로 그것을 만회하지 못해 지고 말았던 경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라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에서 새삼 느꼈다. 훌륭한 선수가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골을 넣는 자가 훌륭한 선수다. 축구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 골이라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매출이다. 아무리 제품이 훌륭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므로 "기업이란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축구에서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긴다"는 말 만큼이나 당연하다.

너무 당연해서일까? 이 뻔한 이치를 많은 기업이 잊고 있는 것 같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중소기업의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흡사 세계 최고의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골이 안 나와 패하는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다. 우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득점할 수 있는 골 결정력이라면 우리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을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매출 결정력이다. 매출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닌텐도나 애플의 메가히트 상품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 친화적인 컨셉트로 승부한다. 많은 중소기업의 꿈이 자기 브랜드를 갖는 일일 것이다. OEM 업체로 남느냐, 자기 브랜드를 갖느냐 하는 문제 역시 결국 소비자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이 소비자를 연구하는 일을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매출의 몇 십%를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CEO가 기술연구소에서 살다시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CEO일수록 연구소보다는 시장에서 살아야 한다. 좋은 제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인 까닭이다. 기술개발에 쓰는 비용과 기술연구소에서 밤을 새는 시간의 10분의 1만이라도 소비자를 분석하는 데 투자하라.

  당신은 어떤 소비자가 어떤 동기로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당신은 최근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설문조사나 표적집단면접을 실시한 적이 있는가? 당신 회사에는 소비자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소비자 전문인력이 있는가? 고객에 대한 실증적이고 적확한 이해 없이 `팔리는 제품`을 생산하기란 골잡이 없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 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우승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팀의 강세는 `추하더라도 이기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보여줬다. 이번에 한국 축구는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량도 많이 향상돼 향후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이것이 축구만의 기대가 아니기를 바란다. 세계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축구에서는 골결정력을 높여야 하고, 경영에서는 소비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히든 챔피언을 꿈꾸는 중소기업이여!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더 투자하라.


[매일경제 칼럼 ,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